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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어둡고 가난했던 어촌마을… 주민들의 삶을 밝혀준 '요술램프'
첨부파일 : 등록일 : 2013-03-28 00:00:00 조회수 : 5414
하트하트재단의 필리핀 태양광 램프 지원 현장
빈민 지역 뿔로 마을 2년 전 램프 지원 받아
저녁에 공부하게 되자 여학생 4명 대학 진학
야간조업하는 어부도 그물 손질 쉽게 하고 안전하게 항해 다녀


털털털털…. 마을 전체에 굉음이 퍼졌다. 열 배 증폭된 탱크 소리 같았다. 주변이 깜깜하고 조용해서인지 유난히 소리가 컸다.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라고 했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식당은 전깃불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뿐이었다. 골목골목 집집마다 불을 밝히고 있는 건 태양광 램프였다. 구멍가게 입구에도, 가족이 오글오글 모인 집안에도 어김없이 태양광 램프가 보였다. 이곳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4대 빈민 지역 중 하나인 나보타스시 뿔로 마을. 2011년 3월, 하트하트재단은 100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태양광 램프 80개를 지원했다. 3년 차를 맞는 올해, 태양광 램프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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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램프 덕에 여대생 4명 탄생

올해 뿔로 마을엔 4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생이라곤 고작 2명뿐이던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여대생 4명이 한꺼번에 탄생한 것이다. 지난 17일 저녁에 만난 마이라(15·나보타스시립대 교육학)양은 "호롱불(등유 램프)을 쓰는 아이들과 달리, 태양광 램프를 쓰는 아이들은 숙제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밤마다 2시간 정도 공부했는데, 한 반 46명 중 3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마이라양의 엄마는 201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마이라양은 "외국에 나가 돈을 벌어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며 "가족과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미니 빌라누에바(16·나보타스시립대 교육학)양은 "호롱불 가까이에서 책을 보느라 눈이 많이 아팠는데, 태양광 램프를 켠 후에는 실내가 밝아서인지 아빠는 고깃배 그물을 손질하고 나는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구멍가게를 하는 엄마와 동생 3명이 함께 사는 프린세스 인또(16·나보타스시립대 경영학)양은 "태양광 램프를 쓰고 나서 평균 성적이 3점이나 올랐다"고 자랑했다.

"엄마가 식사 준비를 하거나, 동생이 화장실에 갈 때 여기저기서 호롱불을 갖고 가면 책을 보다가도 중단할 때가 잦았어요. 태양광 램프는 천장에 매달아 놓고 가족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 참 편리해요."

레이날린 델라 크로스(16·나보타스시립대 컴퓨터공학 전공)양은 "가족 중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태양광 램프를 충전하기 위해 아침마다 밖에 갖다놓는다"며 "처음에는 고장날까 봐 비가 오면 충전을 안 했는데, 이제는 비닐을 싸서 충전한다"고 말했다. 레이날린양은 "우리처럼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를 위해 태양광 램프가 더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부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도움되기도


어촌 마을의 태양광 램프는 하트하트재단에서도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밤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이전까지 호롱불만 들고 배를 탔던 이들에게 태양광 램프는 '요술 램프'였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데카르도 데고시마(59)씨는 "바람이 많이 불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호롱불을 붙여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며 "호롱불을 켜기 위한 등유 값도 하루 15페소(한화 400원가량)씩 들었는데, 태양광 램프 덕에 이걸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임차료·기름 값 등을 빼고 나면 하루 100~200페소(2700원~5400원 가량)밖에 벌지 못하는 가난한 뿔로 마을 어부들에게 한 달 400~500페소, 1만원가량의 등유 값도 커다란 부담이다.

"저녁 7시쯤 배를 타고 나가서 새벽 4시쯤 마을로 돌아와요. 아침 7~8시까지 그물에 걸린 고기를 정리합니다. 호롱불을 쓸 때엔 주변이 어둡다 보니, 그물에 걸려 있어도 놓치는 고기가 많았어요. 환한 태양광 램프 덕분에 고기 정리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데카르도씨)
4인용 작은 배를 타는 어부 올리버 라모스(36)씨는 "주변에 정박해 있는 큰 배를 못 봐서 두 번이나 큰 배와 충돌했는데, 태양광 램프 덕분에 훨씬 밝고 안전해졌다"며 "고기잡이를 하러 나올 때는 내가 태양광 램프를 갖고 오는데, 가끔 아이가 숙제를 해야 한다며 갖고 나가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몇 개월 전, 비바람 불고 파도가 치는데 태양광 램프를 들고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고장이 났다"며 안타까워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이날 20개 가정에 태양광 램프를 추가로 보급했다.




◇태풍 당시 주민들 대피와 구조활동에 큰 역할

하지만 아직도 필리핀에는 빛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지난 17일에 찾은 탄자 지역은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같은 수상 가옥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마을 입구엔 쓰레기더미가 가득했다. 쓰레기더미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와 연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뒤엉켜 있었다. 골목은 어른 두 명이 지나가려면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좁았다. 주디 벨소사(10·탄자초3년)양의 집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집이라고 해봐야 가로 1미터, 세로 2.5미터 좁은 방 한 칸이 전부로, 어른 두 명이 앉으니 숨이 턱턱 막혔다. 주디양 가족은 부모를 포함한 8명. 집이 좁아 아이 중 일부는 가까운 외할머니네로 가서 잠을 잔다고 한다. 주디양은 "아침에 해가 뜨면 숙제를 한다"며 "전기가 없어서 옆집이나 외할머니 집, 때로는 가로등 밑에 가서 숙제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25페소(700원가량)를 내야 이웃집 전기를 빌려쓸 수 있다고 한다.

히토미 양가(9·탄자초3년)양은 일본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의 이혼으로 4년 전부터 이곳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남의 집 빨래나 허드렛일을 해주는 할머니는 저녁 8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히토미양은 "밤새도록 호롱불을 켜놓고 자는데, 연기가 많이 나서 힘들다"고 했다. 로날린(14)양은 가족이 살던 수상 가옥이 철거되면서 강변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7년째 살고 있다. 무허가라서 아예 전기를 끌어다 쓸 수도 없다. 깜깜한 밤에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강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로날린양의 엄마와 형제 6명이 함께 산다. 로날린양은 "아침에 해가 뜨면 숙제를 한다"고 했다.

이틀 뒤인 19일, 나보타스시 탄자 초등학교에는 하트하트재단의 태양광 램프(68개) 전달식이 있었다. 마을에서 인터뷰했던 주민 모두 태양광 램프를 받기 위해 학교 강당에 모였다. 태양광 램프의 운송비까지 직접 부담할 정도로 이번 사업에 관심이 높은 존 레이 티앙고(40) 나보타스 시장은 직접 전달식에 참석,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존 시장은 "25만 나보타스시 인구 중 5%가 전기 없이 살고 있는데, 섬이나 강가 주변에는 전기를 보급할 수가 없다"며 "전기와 물은 삶의 가장 기본인데,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불빛이 없어 공부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존 시장은 "2011년 9월 나보타스 전체에 페드링이라는 큰 태풍이 왔는데,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태양광 램프 덕분에 주민들 대피와 구조사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국적도, 생활과 문화도 다른 한국인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전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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